아픈 손가락 솔리드파워
제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손실이 큰 종목인데, 그래도 비중을 늘리려고 합니다. 이 회사가 배터리를 파는 대신 배터리 만드는 법을 파는, 이 시장의 돌연변이이기 때문입니다. 확인할 건 계약이 아니라 라인입니다.
제 계정에서 제일 많이 잃고 있는 종목입니다. 평균단가 대비 반토막이 났고, 7월에는 12개월 최저가를 새로 썼습니다. 그런데 이 글은 손절 이야기가 아니라 비중을 늘리겠다는 이야기입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제가 틀렸다면 어디서 틀린 걸로 판명될지를 적어두려고 합니다.
SLDP
13개월 구간. 주가는 시작과 끝이 거의 같은 자리인데, 제 평균단가는 그 위에 있습니다
+1.3%
JUL 7$2.28
AUG 10$2.31
솔리드파워는 배터리를 팔지 않는다
이 회사를 고른 이유는 전고체라서가 아니라 사업 구조 때문입니다. 솔리드파워는 셀을 대량으로 찍어서 완성차에 납품하려는 회사가 아닙니다. 하는 일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황화물계 고체 전해질이라는 소재를 셀 제조사에 파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셀 설계와 공정을 라이선스하는 것입니다. 회사가 스스로를 설명할 때도 경쟁사들이 배터리 제조사가 되려는 것과 달리 자기들은 그렇지 않다는 점을 먼저 꺼냅니다.
저는 이 구조를 반도체 쪽의 ARM에 가깝다고 봤습니다. ARM은 칩을 찍지 않고 설계를 팔죠. 라이선스 비용과 마일스톤, 그리고 로열티로 돈을 받습니다. 솔리드파워의 계약 구조도 이 형태입니다. 다만 ARM과 완전히 같지는 않은데, 솔리드파워는 소재도 직접 팔기 때문입니다. 설계만 파는 회사가 아니라 설계와 원료를 같이 파는 쪽에 가깝습니다.
왜 이 구조가 이 시장에 맞다고 봤냐면, 배터리는 쓰는 곳마다 요구가 전부 다르기 때문입니다. 자동차는 용량과 사이클 수명이 중요하고, 드론은 무게당 출력이 중요하고, 로봇은 좁은 공간에 넣을 수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이걸 한 회사가 전부 만들어서 팔겠다고 하면 각 시장에서 그 시장 전문 제조사와 싸워야 합니다. 반대로 전해질과 셀 구조를 라이선스하면, 자동차 회사는 자동차용 셀을 만들고 로봇 회사는 로봇용 셀을 만들면서 그 밑의 소재는 전부 솔리드파워 것을 씁니다.
여기에 하나 더 붙는 게 공정 호환성입니다. 솔리드파워의 황화물계 전해질은 기존 리튬이온 셀 공장의 롤투롤 설비에서 그대로 돌아가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라이선스를 받은 회사가 공장을 새로 짓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고, 라이선스 모델이 실제로 팔리려면 이게 전제 조건입니다.
전고체는 밀도가 생명인 시장에서만 돋보인다
배터리 시장 자체가 커지는 건 맞습니다. 미국만 봐도 EIA는 2026년 계통용 배터리를 24GW 신규 도입으로 보고 있는데, 사상 최대였던 2025년의 15GW보다 또 늘어난 숫자입니다. 텍사스는 2026년을 계통용 저장장치 13.9GW, 22.9GWh로 시작했고 1년 만에 거의 두 배가 됐습니다. 전국 물량의 절반 이상이 텍사스 한 주에 있습니다.
이게 왜 늘어나느냐면, 바람과 태양광은 필요할 때 나오는 게 아니라 날 때 나오기 때문입니다. 낮에 남는 전기를 버리지 않고 저장했다가 밤에 쓰면 같은 발전 설비로 더 많은 전기를 실제로 쓸 수 있습니다. 텍사스의 테슬라 메가팩이 하는 일이 정확히 이겁니다. 낮에 태양광으로 만든 전기를 받아뒀다가 해가 지고 나서 산업 수요에 밀어 넣습니다. 여기에 데이터센터가 붙으면서 수요 쪽이 한 번 더 세졌습니다. 올해 1월에는 텍사스의 한 개발사가 데이터센터 전용으로 10GWh가 넘는 저장장치를 확보했습니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는 분리해서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계통용 저장장치는 전고체가 이기는 시장이 아닙니다. 땅 위에 컨테이너를 늘어놓는 일에는 kWh당 단가가 전부고, 그 싸움은 LFP와 나트륨이 이깁니다. 무겁고 부피가 커도 상관없으니까요.
전고체가 값을 받는 곳은 무게와 부피가 곧 성능인 쪽입니다. 자동차, 소형 로봇, 드론, 항공우주입니다. 솔리드파워가 22층 셀에서 확인한 330Wh/kg은 당시 상용 리튬이온보다 높은 수치였고, 로드맵은 400Wh/kg 위를 보고 있습니다. 20Ah급 대형 셀까지 만들어봤다는 것도 이 회사에서 제가 중요하게 보는 부분입니다. 실험실 코인셀에서 되는 것과 차에 들어가는 크기에서 되는 것은 다른 이야기니까요. 그리고 액체 전해질이 없다는 건 곧 탈 것이 없다는 뜻이라, 열폭주 대책에 들어가던 무게와 부피를 다시 셀에 돌려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계통 저장장치의 성장은 이 종목의 직접적인 호재라기보다, 배터리라는 산업 전체에 돈과 사람이 계속 들어오게 만드는 배경 정도로 읽고 있습니다. 실제 매출은 차와 로봇에서 나와야 합니다. 회사도 최근 6개월 동안 휴머노이드 로봇 쪽 문의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했고, 2분기에는 방위와 항공우주 쪽 초기 관심도 언급했습니다.
계약은 있는데 매출이 없다
제가 이 종목을 적자 기업이라고 말할 때 흔히 붙이는 설명이 계약이 없어서라는 건데, 그건 사실과 다릅니다. 계약은 이미 여러 건 있습니다.
BMW와는 2022년 기술이전 협정을 맺었고, 솔리드파워의 대형 전고체 셀이 들어간 BMW i7 기술시험차가 2025년 5월부터 주행 시험 중입니다. SK온과는 R&D 라이선스에 더해 라인 설치 협정을 완료했고, 그 마일스톤 대금이 2분기에 들어왔습니다. 삼성SDI와는 2025년 10월에 공동평가 협정을 체결해서 솔리드파워가 전해질을 공급하고 삼성SDI가 셀을 만듭니다. 미국 에너지부와의 지원 협정도 현재 매출원 중 하나입니다. 한국에는 3사가 참여하는 합작법인을 협의 중이고 한 곳은 텀시트 초안 단계까지 갔습니다.
문제는 계약의 유무가 아니라 그 계약이 만들어내는 매출의 모양입니다.
2분기 매출이 마이너스인 것은 1분기에 인식했던 SK온 마일스톤 $1.2M을 비현금 항목으로 되돌렸기 때문입니다. 사업이 역주행한 것이 아니라 회계 시점 조정입니다.
| 금액 | |
|---|---|
| FY2025 매출 | $21.7M |
| FY2025 순손실 | $93.4M |
| 2026년 2분기 매출 | -$0.3M |
| 2026년 2분기 순손실 | $23.8M (주당 $0.11) |
| 총 유동성 | $419.3M |
| 차입금 | 없음 |
| 2026년 현금 소진 계획 | $85~100M |
이 표에서 제가 보는 건 손실이 아니라 마지막 두 줄입니다. 유동성 $419.3M에 빚이 없고, 올해 쓰겠다고 밝힌 돈이 $85M에서 $100M입니다. 나눠보면 4년 가까이 버틸 수 있는 현금이라는 뜻입니다. 전고체가 상용화되느냐 마느냐를 두고 4년의 시간을 살 수 있는 회사는 이 판에 많지 않습니다.
대신 대가는 이미 치렀습니다. 1월에 $130M 규모의 유상증자를 하면서 주식 수가 약 1억 8천만 주에서 2억 1천만 주대로 늘었습니다. 18% 가까운 희석입니다. 주가가 계속 눌리는 이유 중 하나가 여기에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계약이 아니라 라인을 봐라
라이선스 모델이 돈이 되려면 라이선스를 받은 쪽이 셀을 만들어야 하고, 그러려면 솔리드파워가 전해질을 톤 단위로 댈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이 회사에서 다음 12개월 동안 실제로 볼 것은 계약 발표가 아니라 SP2 라인입니다.
SP2는 연속식 전해질 생산 라인입니다. 배치 방식에서 연속 방식으로 넘어가는 것이 단가와 물량 양쪽의 전제 조건입니다.
| 시점 | |
|---|---|
| 주요 설비 설치 | 완료 |
| 로터리 킬른 완공 | 2026년 5월 |
| 인수 시험 | 2026년 3분기 |
| 시운전 및 가동 개시 | 2026년 4분기 |
| 초도 생산 45톤 | 2027년 1분기 |
| ISO 9001 인증 | 2026년 말 예상 |
이 일정이 지켜지면 2027년부터는 매출의 성격이 바뀝니다. 지금까지의 매출은 상대방이 개발 단계 마일스톤을 찍을 때마다 한 번씩 들어오는 돈이라 끊기면 그대로 0이 됩니다. 실제로 2분기가 마이너스로 찍힌 게 그 구조 때문입니다. 반면 전해질을 톤으로 파는 매출은 상대가 셀을 만드는 동안 계속 들어옵니다. 저는 이 전환을 이 종목의 유일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삼성SDI 공동평가 1단계가 9월 30일에 만료된다는 점이 지금 가장 가까운 확인 지점입니다. 회사는 성능과 원가 목표를 달성했고 다음 단계를 협의 중이라고 했는데, 이게 연장으로 이어지는지 아니면 조용히 끝나는지가 라이선스 모델이 실제로 팔리는 물건인지에 대한 첫 외부 검증입니다.
솔리드파워의 불안 요소
제가 이 종목에서 틀릴 수 있는 경로를 순서대로 적어둡니다.
- SP2 일정이 또 밀리는 경우. 이 회사는 전해질 양산 시점을 이미 여러 차례 뒤로 옮겼습니다. 4분기 시운전과 2027년 1분기 초도 생산이 다시 밀리면, 밀린 건 일정이 아니라 라이선스 모델 자체의 증명입니다. 다섯 개 중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하는 항목입니다.
- 마일스톤이 끝나고 다음 계약이 안 붙는 경우. SK온 라인 설치 대금은 이미 받았습니다. 새 계약이 붙기 전까지 매출은 에너지부 지원금 정도로 얇아집니다. 매출이 얇은 것 자체는 개발 단계 회사에서 정상이지만, 얇은 구간이 길어지면 시장은 이걸 개발 단계가 아니라 정체로 읽습니다.
- 희석이 반복되는 경우. 4년치 현금이 있다는 건 4년 안에 매출이 붙는다는 가정 위의 계산입니다. 그 전에 돈이 더 필요해지면 답은 또 증자이고, 1월에 이미 18%가 희석됐습니다. 유동성은 이 회사의 강점이면서 동시에 이 회사가 주주에게 청구서를 보내는 창구입니다.
- 전고체를 안 기다리기로 하는 경우. 지금 LFP는 계속 싸지고 있고 리튬이온의 밀도도 조금씩 올라갑니다. 완성차가 굳이 새 화학을 기다릴 이유가 줄어들면 전고체 도입 시점 전체가 뒤로 밀립니다. 이건 솔리드파워가 잘하고 못하고와 상관없이 밀립니다.
- 반도체가 돈을 다 빨아가는 경우. 지금 시장의 돈은 AI 인프라로 몰려 있습니다. 매출도 흑자도 없는 소재 회사는 그 사이클에서 가장 먼저 팔리는 종류의 주식입니다. 이건 회사 문제가 아니라 자금 흐름 문제인데, 실제로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위 네 개보다 클 수 있습니다.
결국 위 다섯 개 중 마지막 두 개는 특히나 이 회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앞의 세 개는 전부 2027년 1분기에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라인이 돌면 첫 번째가 풀리고, 첫 번째가 풀리면 두 번째와 세 번째도 성격이 바뀝니다. 그래서 이 종목은 실적이 아니라 SP2 진행 상황으로 보려고 합니다. 분기 매출이 마이너스로 찍혀도 킬른이 돌고 있으면 아직 괜찮다고 봅니다.
결론
완성된 기술도 아니고, 상용화도 안 됐고, 매출은 마일스톤 몇 건에 걸려 있고, 반도체 사이클이 자금을 가져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넷은 전부 시점의 문제이지 방향의 문제가 아니라고 보고 있습니다. 배터리 수요가 줄어들 이유가 없고, 밀도가 값이 되는 시장이 사라질 이유도 없고, 그 시장에서 셀을 만들 회사들이 소재와 공정을 어디선가 사와야 한다는 것도 바뀌지 않습니다. 회사가 4년치 현금을 들고 있으니 시점의 문제는 시간이 풀 수 있습니다. 방향이 틀렸다면 시간은 아무것도 못 풀고요.
평단도 낮출 겸, 저는 비중을 5%까지 늘려서 리스크를 한번 져보려고 합니다. 지금 1.5%니까 세 배 조금 넘게 채우는 셈인데, 어차피 계정 전체의 5%라 다 날려도 감당이 되는 양입니다. 이 소재 회사가 앞으로 배터리 산업에서 어떤 자리를 차지하게 될지가 저는 기대됩니다.
SLDP
Solid PowerNASDAQ
- Entry
- JUN 8$4.28
- Last
- $2.31
Thesis
A small speculative position on sulphide solid-state electrolyte reaching a qualified cell line. This one is sized to be wrong: the thesis is a materials-science bet with a real chance of never converting.
In this note
반토막이 났고 아직도 매출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도 비중을 5%까지 올립니다. 제가 볼 건 분기 실적이 아니라 SP2 라인이고, 2027년 1분기 초도 생산 45톤이 나오는지가 이 논리의 전부입니다. 그때까지 안 나오면 제가 틀린 겁니다.
Reference
- Solid Power Investor Relations — 2026년 2분기 및 FY2025 실적, 유동성, 현금 소진 가이던스, SP2 일정, 파트너 현황
- Solid Power — 사업 구조, 황화물계 전해질 사양, 셀 에너지 밀도 로드맵
- BMW Group PressClub — 솔리드파워 전고체 셀을 탑재한 i7 기술시험차 주행 시험
- EIA Today in Energy — 2026년 미국 계통용 배터리 신규 도입 전망과 2025년 실적
- ERCOT — 텍사스 계통용 저장장치 설치 용량
- Tesla Megapack — 텍사스 태양광 잉여 전력의 저장과 야간 방전 구조
- SLDP
- 배터리
- 전고체
- 소재